여행 기행

[스크랩] 대관령 양떼목장을 찾아서 : 아빠~ 양들은 목욕도 안하나봐~ ^^;

불바 2009. 9. 19. 23:58

대관령 양떼목장을 찾아서

"아빠~! 들은 목욕도 안하나봐~" 

 

 

금요일 오후, 갑작스럽게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이 놀토라 애들이 학교에 안가는데 이 기회에 대관령 양떼목장에 1박으로 다녀오자는 것입니다.

평소 여행갈때는 최소 며칠전에 방잡고 찾아볼 데 미리 선정하고 하던 마나님이 이번에는 왠일로 번개 여행을? 게다가 1박씩이나?

 

급하게 인터넷으로 인근 콘도(최근에 완공하여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덕분에 비싸지만 쉽게 예약)를 잡고 지도 찾아 억지로 연결해서 여행경로를 만들었습니다.

 

가는날 봉평 흥정계곡쪽을 들러 허브나라와 축제가 진행중인 봉평 메밀밭이나 이효석생가를 들르고, 둘쨋날에는 돌아오는 길에 휘닉스파크에도 들러 곤도라를 타고 전망도 볼 계획으로 

이번 여행 중요한 목적은 대관령에 있는 양떼목장을 방문, 애들에게 양과 양떼를 구경시키고 먹이주는 체험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웃음이 나옵니다.

강원도를 수십번도 더 들락거리면서도 게다가 구 대관령휴게소 자리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도 바로 옆에 있는 양떼목장에는 눈길 한번 안줬었는데 이번에는 거기를 목적지로 한 여행을 가게 된 것입니다.

 

영동고속도로가 밀릴 것을 대비하여 일찍 일어나 즐겁게 영동고속도로로 달려갑니다. 일부 막히는 곳이 있었지만, 자주 다니는 길이라 인접 국도로 우회해서 나갑니다. 

 

 <횡성휴게소 안내도에서 본 여행지 조감. 장평IC에서 내려 흥정계곡에 있는 허브나라를 거쳐 봉평 무이예술관앞 메밀꽃을 보고 대관령 양떼목장, 그리고 오는 길에 휘닉스파크를 돌아보도록 일정을 잡았다>    

 

<횡성휴게소에서 연주중인 잉카-안데스 전통음악단.

관객들은 흥겨운 전통음악을 감상하고 또 CD를 구입할 수 있다.> 

  

장평IC에서 내려 흥정계곡이라는 유명한 곳을 따라 들어가면 그림같은 펜션들이 줄줄이 나옵니다만 길이 좁고 위험한 계곡옆 길이라 조심조심 운전합니다. 

 

<허브농원앞을 흐르는 흥정천. 갈수기라서인지 물이 메말랐다.

그러나, 여름철면 이 곳에는 저 자갈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계곡을 가득 메운다.>  

 

 <입구 매표소 풍경.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려 인공미를 최대한 억제한 흔적>

 

허브나라 농원의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두 딸래미 손을 잡고 들어가는데 군데군데 다람쥐가 숨바꼭질 을 합니다. 두 딸래미의 눈이 더 초롱초롱해집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소품들. 겨울을 빼고는 계절에 맞는 꽃을 구경할 수 있을것이다.>

 

강렬한 향기를 내뿜는 수백가지의 허브.

야생화 공부를 제법 한 저에게도 많은 꽃들의 이름이 생소합니다. 아마 외래종이 많기 때문일 것 입니다. 그중에는 경상도 해안지방에서 ‘방아’라고 해서 잎을 추어탕에 넣어 먹는 배초향여뀌, 인동초, 풍접초 같은 꽃들도 보입니다. 꽃향기에 취해 감탄을 연발하는 인파를 피하며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하게 꾸며논 갖가지 소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모습. 허브향기에 취한 사람들은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허브차를 한잔씩 시켜놓고 그늘에서 여유도 부려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좀 심드렁합니다. 작은 딸래미는 ‘양떼~’만 계속 칭얼거립니다. 

 

 <무이예술관 앞. 축제기간에 맞춰 재배한 메밀이꽃이 일부 지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메밀꽃 근접사진>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가 고속도를 40여분 달려 횡계IC를 빠져나갑니다. 예전에는 이곳 지명이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였는데, 자세히 보니 대관령면 횡계리 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요즘 지자체와 주민들도 지역 이미지 내지는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참으로 머리를 많이 쓰는 모양입니다.

 

구 영동고속도로길을 따라 잠시 올라가니 아이들의 놀란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구대관령휴게소 자리에 선 풍력발전기 3대의 거대한 날개를 먼저 봤던 것입니다. 잠시후, 그 예전의 폐업후 황량한 모습을 떨쳐내고 일반 휴게소로 변모한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풍차를 설명 해 줍니다.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한 (구)대관령휴게소 모습. 이 넓은 주차장이 주말이면 꽉 찬다니 일단 성공한 것 같다.> 

 

<휴게소 내에 설치된 양떼목장 안내간판> 

 

그 조용하던 곳이 이제는 거의 시장판이 되어있었습니다. 주차장은 만차를 훨씬 넘어 길 곳곳에 불법주차하는 지경이고, 인파에 쓸려 이동하는 판입니다. 그래도 양떼목장을 우측보행해서 올라갑니다. 순간,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검은 구름이 덮혀 있습니다.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비가 오더라도 구경은 하고 ........

  

 <목장길따라 사진의 푸른 지붕 건물이 양에게 건초를 먹이는 체험장이다.>

 

고원습지 부분을 지나 언덕배기에서 가족사진 찍고 언덕을 막 넘어서는데 눈 앞에 수백마리의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달려가고 저도 달려갑니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댑니다. 초원의 풀을 좀 뜯어 아이들에게 쥐어주며 양들에게 먹여보게 합니다. 겁을 내면서도 재미있어 합니다. 

 

 <수백마리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장과 이 목장의 트레이드마크인 헛간>

  

  <양과의 교감. 휴~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갑자기 큰 딸이 슬그머니 제 옆에 오더니 귀에다 대고 뭔가 속삭입니다.

 

“아빠~! 이 왜 이렇게 더러운거야!

그리고 얘들은 목욕도 안하나봐. 냄새가 너무나서 더러워

 

하하하~ 이런! 사진찍어주고 풍경 찍느라 미처 몰랐는데 그 소리를 듣고 보니 정말 노린내와 함께 역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 먹고 배부르면 누워 쉬고, 다시 배고프면 풀을 뜯고> 

 

 <근접 포트레이트. 생긴 몰골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골라서 찍은 꽃미남 양이다.>

 

옆길로 내려와 양우리에 가서 건초를 주는 체험을 시켜줍니다. 번갈아 가면서 한참을 재미있게 노는 중에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양은 참 순한 동물입니다. 오죽하면 이솝 우화에 까마귀가 양을 훔쳐 날아갈 생각을 다 했겠습니까? 더구나 양떼목장의 체험용 양은 앞니를 안전상의 이유로 제거했다고 합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워낙 소통과 공감이 강조되는 세상에 말도많고 탈도 많다보니 목장측에서도 방법이 없었겠지요. 

 

 <대관령 알펜시아 콘도 야경. 7월 말에 개장하여 아직 대부분 공사가 진행중이다.>

 

내려오면서 가게앞에서 양 모양 완구를 하나씩 사주고 숙소로 향합니다. 개관한지 얼마안되 손님도 거의 없는 콘도에서 오늘 하루를 정리합니다.

 

늦지않은 시간에 일어나 고속도로를 달려 면온IC를 통해 휘닉스파크로 갑니다.

지체하다가는 올라가는 길이 고행길이 될 판이라 서둘러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향합니다. 애들은 바닥에 비친 곤돌라 그림자를 ‘통닭’이라며 한 마리 두 마리 세며 갑니다.  

 

  

<곤돌라에서 본 모습들. 산정이 꽤 높음을 알 수 있다.> 

 

넓은 풀밭위에 뭉게구름이 푸른 캔버스와 함께 걸려 있습니다. 군데군데 벌개미취와 갖가지 가을꽃을 심어놓았습니다. 게다가 멀리 태기산 쪽에는 풍력 발전기 10여기가 여유롭게 돌아갑니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유가 깃들어갑니다.

그림같은 풍광입니다.  

 

 <정상에서 본 풍경들. 자연과 어우러진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유롭다>

 

딸래미들은 아까부터 둘이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더니 이제는 손을 잡고 작은 연못가를 돌아봅니다.

문득, 곰배령 천상화원이 생각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인제의 점봉산 한 자락에 있는 곰배령의 그 야생화들이 생각납니다. 숨어서 피는 갖가지 야생화.......... 금강초롱, 이질풀, 게다가 확 트인 풍경. 거기를 마지막으로 가본 지도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는 이미 늦었고 내년에는 꼭 한번, 여유를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하늘 끝에 걸린 구절초를 보니 곰배령 생각이 간절해진다.

거기야말로 정말 천상화원인데>  

 

<휘닉스파크에서 잠시 물놀이. 두 딸래미들을 태워서 모델로 삼았다>

 

올라오는 길, 차량이 슬슬 밀리기 시작합니다. 갈 길은 아직 먼데, 뒤를 돌아보니 두 딸래미는 물론 집사람도 벌써 잠이 들었습니다. 자주가는 여행이지만, 이번에는 더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 혹시 양떼와 함께노는 꿈을 꾸는건 아니었는지...

 

 

- 홍보담당관실 하홍순 사무관

 

 

 

 

출처 : 국민권익위원회 블로그
글쓴이 : 국민권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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